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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물 00001: 불 d 편함 총량 보존의 법칙과 그 응용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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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DR: 몸만 가는 캠핑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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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같은 거 왜 하는 걸까? 춥지 않으려면 불 피워 야하고, 배고프지 않으려면 불 꺼뜨리고 고기 구워야 하고, 씻으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고... 심지어 나는 캠핑카에서 묵어서 그렇지, 누울 곳 만들려면 또 한참이고. 사람이 하는 것들 중에 일부러 불편함을 찾는 게 몇이나 될까. 고작 해봐야 운동 정도일까? 하지만 운동은 적어도 거기에 보상을 받으니까... 캠핑은 아무것도 없다. 불 피우면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게 아니고. 뿌듯하고, 따습고, 그냥 이쁘장한 모닥불 보는 게 전부다.

 

생각해 보면 사람에겐 "불편함 총량 보존의 법칙" 따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캠핑장을 떠나서는 배고프면 배달 뚝딱 시키고, 씻으려면 따순물 콸콸 나오고, 추우면 보일러 왕창 틀고, 잘려면 그냥 이불 덮고 유튜브 틀어놓고 잠들 때까지 누워있으면 된다. 그렇게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캠핑장에서보다 훨씬 편하지만, 하루에서 편안함을 얼마나 느꼈냐고 하면 아마도 캠핑장에서 보다 훨씬 덜 느꼈을 것이다. 몸은 뒤지게 편한데, 별 거지 같은 것들로 불안하거나 불편한 것이다. 그것이 몸이건 마음이건. "아 씨발.. 프로젝트 조질 거 같은데", "이번에 누구 데리고 어디 가야 하는데", "다들 좋다고 했던 주식 처박아버렸는데..." 따위의 것들이다.

 

캠핑이라는 게, 처음 가보니 이러한 일상의 불편감들---주로 불편함 총량 보존 법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정신이 억지로 만들어낸 것들---을 적절하게 잘 치환해 주는 것 같다. "자극이 없어져서 도파민 재설정이 된다." 식의 이유로 캠핑의 즐거움을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적합해 보이긴 하지만, 나같이 걱정이 많은 중생들에겐 위와 같은 이유가 더 큰 것 같더라.

 

앞으로도 불편감을 느껴야 한다면, 하찮은 곳에서 느끼고 싶다. 나의 관계들, 내가 느껴야 할 유능감, 나의 자유 같은 거창한 것들에서 불편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아 불 다시 붙이기 존나 귀찮네.", "추워 죽겠는데 발에 붙이는 핫팩 들고 올걸 시발" 같은 것들로 고민하고 살고 싶다. 


일어난 사건들:

- 신세계 지하에서 투쁠 한우를 사서 캠핑장에서 얼레벌레 구워 먹었는데, 뒤지게 맛있더라. 고기는 굽는 사람보다 그냥 고기의 질이 먼저일지도.

 

- 자고 있는데, 캠핑카의 전기가 나가버리더라. 넷플릭스 좀 더 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사장님이 몹시 친절하게 어디서 전기 따와가지고 새벽에 일어나서 도와주시더라. 

 

- 짤랑이가 포트와인 왕창 먹고 뻗어버림. 전기장판 맥스로 해서 잘 자더라. 제대로 구운 짤랑.

 

Takeaway 1 : 장을 볼 때 잘 살펴보자. 어쩌면 5박 치의 비상식량을 산 걸 수도 있다.

 

Takeaway 2: 다음엔 더 불편하게 가볼까? -> 이건 짤랑이 선에서 rejected 될 확률이 몹시 높다.

리틀포레스트캠핑

경기 가평군 상면 임초밤안골로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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